은행은 결제·증권은 투자… 코인 거래소, ‘종합 금융사’로 체질 개선 속도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둘러싼 지분 구조 재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경쟁 축이 단순한 소유권 확보에서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STO)·자산수탁 등 차세대 금융 인프라 선점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통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가운데, 거래소들 역시 단순한 매매 중개를 넘어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두나무 투자,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한국투자증권의 코인원 투자 등 전통 제도권 금융과 디지털자산 플랫폼 간의 연쇄 결합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다가올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시장의 개화를 앞두고 미래 금융의 거점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전통 금융사들이 거래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지만, 업권에 따라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시각 차이가 존재합니다.
우선 은행권은 거래소를 디지털 결제 및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으로 바라봅니다.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도입되면 거래소는 단순한 투자 채널을 넘어 결제와 송금 인프라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의 전통 금융망을 가상자산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핵심 거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반면 증권업계는 거래소가 보유한 압도적인 유저 기반에 주목하며, 이를 토큰증권(STO)과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의 유력한 유통 채널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STO 법제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이미 수백만 명의 활성 투자자를 확보한 거래소의 플랫폼 경쟁력은 증권사에 가장 매력적인 자산입니다. 실제 업비트의 누적 이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300만 명을 돌파하며 증권사 MTS의 고객 기반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통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국 은행은 결제와 송금을, 증권사는 투자 상품과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거래소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거래소들 역시 단순 수수료 의존형 모델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 침체나 거래대금 감소에 따라 실적이 널뛰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기관 대상 서비스, 수탁 사업, 글로벌 결제 등으로 매출원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종합 금융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 시장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코인베이스는 주식·선물·옵션·결제를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하는 ‘에브리싱 익스체인지(Everything Exchange)’ 전략을 추진 중이며, 크라켄과 로빈후드 등도 전통 금융사 인수 및 토큰화 주식 발행을 통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최종 진화 방향은 향후 제도 변화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입니다.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이 본격화되고 스테이블코인과 STO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되느냐에 따라 거래소가 ‘은행형 플랫폼’으로 발전할지, 혹은 ‘증권사형 플랫폼’으로 안착할지 향후 디지털 금융 산업의 구조가 결정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