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CPI 쇼크 피하며 6만 불 사수… 중동 리스크·ETF 이탈에 6만 2천 불 안착은 실패
비트코인(BTC)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인플레이션 충격을 피하며 장중 6만 2,000달러 선을 터치하는 등 안도 랠리를 연출했으나, 추가 상승 동력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시장이 우려했던 최악의 물가 쇼크는 모면하며 핵심 마지노선인 6만 달러 지지선은 지켜냈지만, 현물 ETF의 지속적인 자금 유출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은 여전히 짙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0일(현지 시각)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0.04% 소폭 하락한 6만 1,908달러 선에서 거래를 형성하고 있다. CPI 발표 직후에는 안도감이 유입되며 장중 한때 6만 3,000달러 선을 위협하기도 했으나, 이내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하락 전환했다. 다만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는 도미넌스는 58.2%까지 치솟으며 알트코인 대비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했다. 이는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투자 자금이 그나마 안정성이 높은 비트코인으로 집중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반면 주요 알트코인 시장은 여전히 무거운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더리움(ETH)은 24시간 기준 1.6% 하락한 1,625달러에 머물렀고, 리플(XRP) 역시 3.5% 밀린 1.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솔라나(SOL)와 도지코인(DOGE)도 각각 2.7%, 1.8%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특히 탈중앙화 파생상품 관련 토큰인 하이퍼리퀴드(HYPE)는 하루 만에 8.1% 급락하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가장 가파른 낙폭을 기록했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돌려세운 일시적 계기는 미국 5월 CPI 발표였다.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하며 금융 시장의 예상치에 정확히 부합했다. 인플레이션의 절대적인 압력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했던 물가 폭등세는 비껴간 셈이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해 왔다. 만약 이번 물가 지표가 전망치를 웃돌았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덮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예측 범위 내에 안착하면서 비트코인은 6만 달러 지지선을 견고히 방어해냈고,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도 일부 완화되었다. 또한 최근 몇 주간 이어진 조정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지레대) 물량이 대거 청산된 데다, 옵션 시장 내 하방 방어 포지션이 구축되어 있던 점도 추가 폭락을 막는 방어벽 역할을 했다.
그러나 거시경제 환경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위험자산 투자에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 위기가 격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이란 내 군사시설을 타깃으로 보복 공습을 감행한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 측도 즉각적인 추가 대응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위험회피(Risk-off) 성향이 한층 강해졌다.
이 같은 공포 분위기는 투자심리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공포·탐욕 지수'는 전날(10)보다 한 단계 더 위축된 9를 기록하며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국면을 장기화하고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적극적인 신규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고도로 위축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여기에 기관 자금의 이탈 흐름 역시 강력한 상방 압박 요인이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은 최근 3거래일 연속 순유출세를 기록했으며, 전날에만 약 7,7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더리움 현물 ETF 역시 하루 동안 4,100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하는 등 지난 5월 이후 시작된 자금 유출 기조를 꺾지 못했다. 반면 XRP 현물 ETF에는 744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되며 고군분투했으나, 시장 전체의 매도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 기술적 반등 가능성과 중장기 추가 하락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향후 6만 4,000달러 선의 돌파 여부가 단기 장세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명 암호화폐 분석가 렉트캐피털은 "비트코인이 대량 거래량을 동반한 급락 이후 역사적 지지 구간인 6만 달러 대에 진입해 매도세가 소진(Seller Exhaustion)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과거의 안도 랠리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이번 반등을 완전한 추세 전환으로 확신하기는 이르며, 올해 2월 저점 매물대가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경우 6만 달러 지지선이 서서히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또 다른 분석가인 단 크립토 트레이즈는 비트코인이 이번 주 형성한 단기 고점을 뚫어낸다면 '저점과 고점을 차례로 높이는' 전형적인 상승 추세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특히 주봉상 200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6만 1,800달러 부근을 매수 주체들이 강력하게 방어하고 있다는 점을 고무적인 신호로 꼽았다. 결론적으로 CPI 발표라는 최악의 고비는 넘겼으나 지정학적 침공 위기와 ETF 자금 유출이라는 가시밭길 속에서, 비트코인이 6만 4,000달러 저항선을 뚫고 안착할 수 있을지가 향후 가상자산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