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55원 돌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 기록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1555원 선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 전망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동시에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자금이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8일 오전 9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1539.1원)보다 16.1원 급등한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시초가 기준으로 지난 2009년 3월 6일(1590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은 지난 5일 야간 거래에서 이미 1559.0원까지 상승 마감한 데 이어, 장중 한때 1561.5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슈퍼 달러 강세의 일차적 배경에는 미국의 견조한 고용 지표가 자리 잡고 있다. 현지 시각 5일 발표된 미국의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17만 2,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노동시장의 과열이 확인됨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0.071까지 치솟으며 100선을 다시 넘어섰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가중도 달러화 매수세를 자극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전면전 확산 우려가 커지자 글로벌 투자 기조가 위험자산 회피 및 안전자산 선호로 급격히 선회한 것이다.
외환시장의 충격은 국내 증시의 폭락과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으며, 이날 오전 중에만 순매도 규모가 3,6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8% 이상 폭락하며 7500선 밑으로 밀려났고, 코스닥 역시 1000선이 붕괴됐다. 주가 급락으로 인해 시장의 과열을 막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투자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외환당국은 긴급 공동 대응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등 거시경제·금융 당국 수장들은 비공개 긴급 회동을 갖고 "시장 내 환율 쏠림 현상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구두 개입성 메시지를 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즉각 외환 시장 내 투기성 거래를 점검하고 필요시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거대한 대외적 흐름을 단기적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만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69.27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7.03원 상승했으며, 엔/달러 환율 역시 160.285엔으로 오르는 등 엔화와 원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동조화 현상이 지속됐다.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의 유동성 위축과 변동성 확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